멜버른에서 집 구하는 건, 진짜 전쟁이다
요즘 멜버른 렌트 시장은 그냥 '어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코로나 이후로 유학생, 워홀러, 이주민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게 렌트 수요에도 직격탄처럼 영향을 줘서, 지금 멜버른에선 집을 구하는 게 또 하나의 경쟁이 됐다.
나도 그 시기에 렌트를 구했는데, 나름 안정적인 직장도 있었고 수입도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렌트 어플리케이션만 5번 거절당했다. 인스펙션 갈 때마다 평균 10명은 기본이고, 많게는 20~30명 넘게 몰려 있었다.
지금은 한 편의 추억이 되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정말 절망적이였다.
몇 주 동안 인스펙션을 계속 다니다가 운 좋게 맘에 드는 아파트를 계약하게 됐는데, 시티 중심에 있는 컨디션 좋은 아파트였고 2bed에 2bath, 1carpark 렌트비는 주당 750불이었다.
렌트비,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
멜버른 시티 중심부에는 대부분 아파트고, 컨디션이나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방 하나짜리 기준으로 정말 저렴하면 주당 300불 후반대, 괜찮은 조건이면 500불 이상이다.
방이 두 개 이상이면 대부분 600~800불 사이, 더 좋은 조건이면 그 이상도 충분히 올라간다.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다. 그 가격에 걸맞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다.
오래된 시설, 곰팡이, 단열 안 되는 구조… 그런 집도 그냥 들어간다. 왜냐면 선택지가 없으니까.
호주에서 렌트 찾는 주요 사이트
Realestate.com.au
호주에서 제일 대표적인 부동산 플랫폼이다. 나는 주로 이 사이트를 이용한다.
인스펙션 일정 확인하고 바로 온라인으로 어플리케이션 제출 가능하다.
Domain.com.au
Realestate와 비슷한 구조지만 UI가 좀 더 직관적임.
에이전시나 개인 렌트 모두 검색 가능하다.
멜버른 렌트 어플리케이션, 뭘 준비해야 할까?
멜버른에서 집을 구하려면, 그냥 마음에 드는 집 찾아서 "살게요"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렌트 시장에선 어플리케이션 준비를 얼마나 잘 해두느냐가 거의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나도 어플리케이션 5번 넘게 거절당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1. 신분증 (ID) 가장 기본이다. 여권, 비자, 운전면허증 중 몇 가지를 조합해서 100포인트 이상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 시스템이 이 포인트 기준으로 서류를 요구한다.
2. 입금 능력 증명 급여 명세서나 은행 잔고내역은 거의 필수다. 에이전트 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고용계약서와 한 달치 페이 슬립을 요구했었다.
3. 레퍼런스 이전 집에서 문제없이 살았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전 집주인이나 부동산 레퍼런스가 큰 힘을 발휘한다. 이전 렌트 이력이 없다면, 고용주나 직장 상사의 추천서로 대체할 수도 있다.
4. 커버레터 이게 좀 의외일 수도 있는데, 요즘은 자기소개서처럼 간단한 커버레터를 쓰는 걸 추천한다. 왜 이 집에 살고 싶은지, 안정적인 거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경쟁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 좋다.
5. 기타 서류들 여권 비자 페이지, 고용계약서, 은행 최근 3개월 내역, 이전 렌트 계약서, 유틸리티 요금 납부 내역 등.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챙겨두는 게 좋다. 하나라도 빠지면 바로 경쟁자한테 밀릴 수 있다.
멜버른 렌트 계약 후, 놓치면 손해 보는 현실적인 체크리스트
렌트 어플리케이션 통과해서 계약까지 끝내면 이제 좀 숨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현실은 그 다음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입주 전후로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디포짓(보증금) 돌려받을 때 골치 아파진다. 특히 한국이랑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1. 입주 전 ‘Condition Report’ 반드시 체크
이게 진짜 제일 중요하다. 입주 전에 부동산이 제공하는 ‘컨디션 리포트’를 받고 3일 안에 수정사항이나 추가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 리포트가 엄청 대충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거. 벽에 찍힌 자국, 바닥 긁힌 흔적, 창문 고장, 욕실 곰팡이 같은 것도 다 사진 찍어서 기록해놔야 한다.
나 같은 경우도 처음에 대충 넘겼다가 나중에 나올 때 바닥 흠집 문제로 클리닝 비용 청구당할 뻔했다. 디포짓 돌려받을 때 분쟁 생기면 결국 이 리포트가 기준이 되니까, 귀찮더라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2. 유틸리티 연결 직접 해야 함
전기, 가스, 인터넷, 물 등 유틸리티는 자동으로 연결 안 된다. 대부분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입주일 기준으로 서비스 시작되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입주하고도 며칠 동안 인터넷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 생긴다.
플랜도 다양하고 업체도 많아서 처음엔 좀 헷갈릴 수 있는데, 비교사이트에서 대충 요금 보고 골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입주일 전에 다 셋업 끝내는 거.
3. 서류랑 기록은 무조건 보관
호주 렌트 계약은 보통 1년 단위 이다. 그 이후에 더 살고싶으면 부동상 에이전트를 통해 연장해달라고 얘기하면 된다.
컨디션 리포트, 계약서, 렌트 납부 내역, 유틸리티 계약 등은 전부 백업해두는 게 좋다. 부동산이랑 문제 생겼을 때 증빙자료 없으면 답이 없다.
나도 예전에 전기세 관련해서 잘못 청구된 적 있었는데, 내가 계약서랑 이메일 캡처 보낸 덕에 해결됐다.
나는 호주 처음 와서부터 몇 년간 쉐어하우스에서 지내다가 제 작년에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렌트를 했다.
내 집은 아니지만, 계약서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감이 생겼고,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감이 들었다.
멜버른 렌트비는 솔직히 말해 부담스럽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방 하나는 다른 사람이랑 쉐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도 빈방은 다른 사람이랑 나눠 썼다. 그래도 멜번 시티에서의 생활은 꽤 만족스러웠고, 그 시간이 지금도 나한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워홀러들, 유학생들, 이민자들 누구든 간에 다들 자신에게 맞는 좋은 집을 무사히 구하길 바란다.
쉽진 않지만, 언젠가는 딱 맞는 집이 나타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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